《현재전시》는 동시대 시각예술의 지면 플랫폼이다. 작품을 발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실내 전시장에서 벌어지는 보여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실험과 전환은 동시대 예술 씬에서 시도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전시의 내용을 채우는 작품 이전과 이후에서 전시의 내용을 채우는 것들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미진하다.
《현재전시》는 작품과 전시를 둘러싼 요소들의 순서를 뒤바꾸어 말과 글만으로 작업이 가능한지 혹은 전시가 가능한지를 실험해보려 한다. 전시를 둘러싼 많은 인쇄물들이 제작된다. 그렇다면 인쇄물 한 권이 전시에 대응하고 나아가 그것을 대체할 때, 작품과 전시라는 사건은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서술 이후에 발생하는 작품과 전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묻는다.
《현재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말과 글만으로 작품을 짓는다. 작품은 종이 위 2차원 공간에서 발표되고, 결과를 향한 과정 또한 같은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서문으로 시작해 세 편의 작품과 비평, 인터뷰에 이르러 마무리되는 낱권의 책은 그것대로 작품이면서 동시에 한 건의 전시가 된다. 관객이 실체는 없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작품을 읽는 동시에 볼 때 작품-전시-글이 완성되어 간다.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작품은 관객이 《현재전시》를 펼칠 때마다 새롭게 전개된다. 그렇게 작품과 전시가 영원히 현재에 머무르며 자신을 갱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