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re:reading 06 리뷰]
Cathy Wilkes
October 22, 2017–March 11, 2018MoMA PS1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3883?locale=en
From Forgotten Discards, a Wealth of Memories
By JASON FARAGONOV. 8, 2017
https://www.nytimes.com/2017/11/08/arts/design/cathy-wilkes-moma-ps1-review.html
MoMA PS1에서 지난해 10월에 시작하여 올해 3월 11일에 막을 내린 캐시 윌크스Cathy Wilkes의 중간 회고전 성격의 개인전 관련 텍스트를 두 편 읽었다.
PS1의 수석 큐레이터 피터 일리(Peter Eleey)가 월크스의 전시를 소개하는 글을 먼저 읽었다. 큐레이터 일리는 페인팅, 드로잉, 조각, 발견된 오브제를 두루 다루는 윌크스의 작업이 불안정하면서도 정밀하고, 연약하면서 동시에 거칠어 보이는 배열이 특징이라고 짚는다. 그리고 윌크스가 중견 작가로서 여는 회고전 성격의 이번 전시가 기존 작품들의 요소를 재설정하고 새 설치 작품에 결합시킴으로써 작가가 해온 작업의 과거와 현재를 뒤섞고, 이로써 연대기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미술사의 관습에 도전한다고 설명한다.
좌대 없이 바닥에 흐트러트리거나 유리 진열장을 뒤집어 작품을 담는 컨테이너처럼 활용하는 등, 미술관 공간 안에서 경계를 짓지 않는 윌크스의 디스플레이 특징을 강조하고, 레디 메이드로 보이지만 그 이상의 초월성을 가리키는 작가의 예술관을 강조한다.
비교적 평이한 언어로 전시를 개괄하는 일리의 글을 읽은 뒤, 평론가 Jason Farago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리뷰를 읽었다. '잊혀진 유산에서 탄생한 기억의 풍부함(From Forgotten Discards, a Wealth of Memories)'이라는 제목은 윌크스가 주로 선택하는 재료들, 이를 테면 낡고 해지고 닳고 얼룩지고 조각난 사물들, 그리고 이로부터 윌크스가 만들어내는 사랑, 두려움, 상실, 애도, 탄생, 죽음, 가족의 역사, 신의 은총과 같은 큰 주제의 이야기들을 동시에 시사한다.
꽤 긴 리뷰이지만 절반 이상이 윌크스가 가져오는 재료들의 특성과 종류를 나열하고 그것의 디스플레이를 묘사하는 데 할애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빼고 나니 되려 저자가 평하는 윌크스 작업의 특징이 잘 보였다. 첫째,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의 필수 덕목으로 여겨졌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와 반대로, 대단한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 무가치해보이고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만들기. 둘째, 현대 미술계에 유행처럼 퍼져 있는 냉소주의[리리딩 멤버들이 소위 '쿨병'이라고 의역한]를 특징으로 하는 여타 작업들과 표면적으로는 비슷해보나, 실은 감정을 건드리고 역사에 성실하게 다가간다는 것. 마지막으로 작품 디스플레이를 꾸밈 없이, 낮게 자리하도록, 언제라도 침범당하고 파손될 수 있을 것처럼 함으로써 권위적 방식을 제거한 점.
리뷰 말미에 Farago는 작가의 이러한 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PS1이 입장 관객수를 통제한다거나, 바닥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작품을 보호하기에 힘쓴 것이 되려 작가의 의도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지적한다. 전시가 가진 컨셉, 새로운 형식의 디스플레이, 작가가 의도한 관객과 작품의 소통 구조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충분히 구현되려면 주최측의 배려, 용기에 가까운 관대함도 필요하다는 저자의 비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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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① monographic exhibition: 한 작가의 작품을 깊고 방대하게 다루는 개인전, 또는 특정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전/주제전.
단어 ② repurposing, rework: 윌크스가 이번에 중기 회고전과 같은 전시를 열면서, 이전의 작품을 가져와 다시 작업했다는 설명에서 나온 단어. 우리 나라에서 흔히 쓰는 '재맥락화'라는 단어가 떠오름.
단어 ③ object: 워낙 많이 쓰이는 단어이지만, 윌크스처럼 기존의 사물을 적극/대량/자주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사물/물건/대상/(발견된) 오브제 등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사물'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오브제'로 변할 때, 그 변곡점을 이해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