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re:reading 09 리뷰]
Within Gallery Walls, an Artist Channels the Ghosts of Marginalized Women
Mark SheerinApril 11, 2016
https://hyperallergic.com/289955/within-gallery-walls-an-artist-channels-the-ghosts-of-marginalized-women/
이탈리아 작가 키아라 푸마이의 개인전 < The Book of Evil Spirits >의 리뷰를 함께 읽었다. 키아라는 신비주의적이고 파워풀한 이미지로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한다. 작년 그녀의 갑작스런 부고는 많은 사람들이 비감에 잠기게 했다.
‘화이트 큐브 안에 사후 세계를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단호한 문장으로 리뷰는 시작된다. 신자들에게 사후 세계가 무한한 반면, 이승의 예술은 물질적이기 때문이다. 런던 ‘리버사이드 컨템포러리’ 갤러리의 흰색 벽 위에는 키아라의 해체된 3차원 위저보드(서양의 분신사바 판)가 펼쳐져 있다. 글쓴이는 정제된 공간 속 창백해진 그녀의 ‘작품’들이 태생적으로 갤러리에겐 도전이 될 것이라 꼬집는다. 초자연적, 신비주의적 작품을 위한 시장은 언제나 좁았지만 말이다.
영상 작업 ‘The Book of Evil Spirits’에서 작가는 19세기 영매 Palladino를 연기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정신적 영역을 만들어 역사 속 소외된 여성들에 접신한다. 초 한 개만이 켜진 어두운 응접실에서 그녀는 플랑셰트(위저보드의 상위 개념) 앞에 앉아있다. 희뿌연 연기가 나타났다 사라지며 1902년에 사망한 수염이 덥수룩한 애니 존스 부인을 시작으로 철학자 칼라 롱지, 불가사의한 죽음으로 알려진 독일 적군파의 설립자 울리케 마인호프가 차례로 등장한다. 영매 Palladino가 된 키아라는 유령 페미니스트들로부터의 전언에 앞서 기절을 반복한다. 그녀들의 강렬한 저주와 불타는 복수심은 모두에게 공포의 전율을 선사한다. 영상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그리스 민요로 막을 내리는데, 글쓴이는 작품을 감상하며 먹은 겁을 상쇄시키고 영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던 장치로 회고한다. 이로써 작가는 그녀의 정신적 유랑에 대한 유물론적 설명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실존하는 자이며, 두 세계(영적/현실 세계) 사이의 헌신적인 항해자로 결론지을 수 있겠다.
갤러리 벽면을 타고 ‘경고’라는 의미의 수화 동작이 7개의 사진으로 펼쳐져있다. 다른 한편엔 수수깨끼 같은 메시지들이 실로 꿰매어 있다. 관객은 섬뜩한 메시지를 읽고 싶기도, 읽고 싶지 않기도 한 ‘할까-말까’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이 전시를 관통하는 감정으로, 어느 순간에라도 의심치 않는 영혼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란 인상을 남긴다. ‘만약 당신이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심연은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라는 니체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작가의 영상을 여러 번 관람한 글쓴이는 이 리뷰를 공물로 바친다는 사족을 달았다.
이어서 글쓴이는 다재다능한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 혼합매체, 콜라주, 설치를 한데 묶기에는 갤러리의 환경이 타당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주관적, 정신적 몰두를 객관화, 대상화 시키는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는 이토록 오랫동안 퍼포먼스 아트 분야의 숙제로 남아있다.
종교적 믿음은 현대 미술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몬드리안, 칸딘스키, 클림트와 같은 접신론 신봉자들 덕분에 심령술 은 추상 예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심령술이 이러한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 비교적 조용한 작품들을 만들도록 영감을 준 반면에 키아라에게 만큼은 다른듯하다. 그녀의 망자와의 접촉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동요시킨다. 이것이 단지 작가의 예술적 전략일 뿐이라면, 소외된 목소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일 것이다. 글쓴이는,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조심해 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덧붙이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전체적으로 리뷰는 가벼웠다. 키아라의 작품이 쩌렁쩌렁 외치는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이슈는 일언반구 없이 심령술에 관한 가쉽과 전시의 형식적 문제만이 나열되었다. 글쓴이의 노골적인 ‘관심 없음’에 우리는 모두 묵직한 허무함으로 읽기를 마쳐야 했다. 깊이 있는 리뷰로 추정되는 자료는 모두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다. 아쉽다!
■ 오늘의 단어
ⓐ channel
이번 경우에서는 ‘접신하다’ (영원히 몰랐을 채널의 숨은 뜻)
ⓑ medium
이번 경우에서는 ‘영매’, ‘무당’. (영원히 몰랐을 미디엄의 숨은 뜻)
ⓒ marginal
변방에 있는, 소외된
ⓓ practice
시간성을 띠는, 긴 호흡, 과정, 수행, 실천, 실행, 지속하는 작업의 관행. 매우 자주 나와서 감으로는 알지만 바로 감 잡게 하는 우리말은 아직 없는 듯.
ⓔ a cold reader
대상을 보자마자 읽어내는, 과거를 알아차린다거나 하는 영매, 무당 또는 그 기법
ⓕ bottle up and package
동사로 부어서 한데 묶다, 여러 가지 이슈를 한가지로 축소화 한다는 뉘앙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