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re:reading 10 리뷰]
The Paradox of Artistic Labor: An interview with Katja Prasznik
Written by Jasna Žmak (Zagreb), July, 30, 2017
http://www.artmargins.com/index.php/interviews-sp-837925570/800-the-paradox-of-artistic-labor
예술 내 노동의 개념은 여러 리리딩 회차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다뤄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 주는 예술이 지니는 예외적인 지위와 자율권의 문제, 사회주의 해체 이후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 예술 노동의 개념을 살펴 본 Katja Prasznik의 최근 저서에 대한 인터뷰를 다루었다. Katja Prasznik는 슬로베니아 독립예술계에서 오랜 기간 활발히 활동했고, 현재는 미국 대학에서 문화정책과 예술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회학자이자 공연예술이론가로 최근 부불 예술 노동의 역설에 대한 연구를 출판했다. 인터뷰에서 다뤄진 저서의 몇 가지 포인트로 글을 재정리해보았다.
Autonomy of art
예술 자율권
예술의 자율권은 이론적 분야에서 그 가면이 벗겨지고 고발되어왔지만, 여전히 예술의 자율권은 예술의 권위, 어쩌면 조금은 허황될 수 있는 그 권위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러나 Katja Prasznik는 인터뷰를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 임금 노동 구조 안에서 예술의 그 특별한 지위를 내려놓고 예술 생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술의 자율권은 예술가의 노동을 창조성, 하늘이 내려준 소명과 같은 재능으로 규정하며 예술이라는 영역의 전문성을 구축했지만, 이는 비정규적 노동, 불평등 임금 그리고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을 지닌 착취적인 시스템을 양성하는데 일조했다. 그러므로 예술을 노동으로 보는 시각을 갖는 것은 이런 착취적 구조에서 벗어나 예술이 사회적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이 아닌 노동 그 자체로의 인정이며, 이에 따른 경제적 대우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Proximity of art production and unpaid female housework 예술생산과 부불가사노동 간의 유사성
사회 경제적 맥락이 소거된 예술 노동, 생산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무급의 가정 노동 혹은 재생산 노동의 맥락과 유사하다. 이탈리아 출신 페미니스트 Silvia Federici의 주장을 동반하며, Katja Prasznik는 여성의 가사노동이 여성 주체의 내재적이고 자발적인 욕구에서 기인한 것(그녀는 이를 The labor of love로 표현)이라면, 그 일에 급여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논리가 예술에도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예술 노동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재능과 소명으로 본다면, 예술가들은 가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급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Post-socialist reality and the festival promoting women artists
사회주의의 해체와 여성 작가를 독려하는 페스티벌
Katja Prasznik는 유고슬라비아의 사회주의 해체 이후에 발생한 The problem of the City of Women이라는 여성 작가를 독려하는 페스티벌을 통해 앞서 언급한 예술노동과 자본주의 체재 내 가사노동 간의 유사성에 대한 주장을 시작한다. 사회주의 해체 이후 여성의 평등권에 대한 투쟁의 연장선을 그 페스티벌의 시작으로 볼 수 있고 사회주의 해체 이전의 사회가 보다 여성의 권리(노동)에 관대했음을 개탄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의 몰락은 1890년대 동안 대안적 사회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개인주의 자유민주주의 이상들과 주변화된 정체성을 지닌 집단의 성장이 신자유주의 내에서 오히려 경제적 평등성과 해방에 적대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주장하며, 신자유주의 변화가 이룩한 문화 구조적 변화는 경제적 불평등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예로 든 페스티벌은 문화계 노동자가 겪는 착취적 상황 위에서 발생했고, 사회주의 해체 이후 정당한 예술을 위한 대안적, 정치적 투쟁의 실패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Self-employed freelance cultural work
자기 고용된 프리랜서 문화계 종사자
슬로베니아의 경우를 예로 들며, 그녀는 프리랜서 문화 종사자에 관한 문화 정책이 사업적 논리(entrepreneurial logic)에 기반을 뒀다며, 예술가와 예술계 종사자를 소위 말해 자기 고용 형태로 규정했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 정부에서 자본주의 정권으로의 이동의 결과로 슬로베니아 문화예술 정책 규정은 독립 예술 노동자를 안정적인 사회 보장과 펀딩이 박탈된 외주 노동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로의 변화를 통해 독립 예술 노동자에 대한 복지는 정부의 몫이라기보다는 기업적인 논리로써 재정의되었고, 착취적인 메커니즘으로 저임금의 빈곤한 예술 노동자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예술 노동에 대한 Katja Prasznik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예술을 예외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관습적 시선 그리고 가사노동과의 유사성, 신자유주의로의 사회구조 변화를 통해 예술 노동을 확장적으로 서술한 점이 눈여겨볼 만 하다. 다만, 슬로베니아라는 지역의 정치, 사회적 현상에 기반을 둔 서술이 그녀의 주장에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해당 글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슬로베니아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점, 더불어 해결책 없는 문제 제기와 현상 분석에 그친 인터뷰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는 편견과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이 편견과 부조리가 관습화되는 것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으며, 예술인 복지와 보편 복지 그 사이 어디쯤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직 우리는 해결책이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것 그 자체,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 오늘의 단어
Unpaid labor: 대가를 지불 받지 못한, 비급여 노동 등의 여러 해석이 오갔지만, 학문적으로 보다 깔끔하게, 부불 노동으로 정리
Reproductive labor: 임신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해당되고 마르크시스트 노동 개념에서 사회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개념으로 재생산 노동으로 정리
Self-employed: 해당 글에서 흔히 우리가 아는 프리랜서의 형태로 일정 형태의 사업체를 갖추지 않은, 자기 고용으로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