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re:reading 20 리뷰]
The Spam of the Earth: Withdrawal from Representation
by Hito Steyerl
https://www.e-flux.com/journal/32/68260/the-spam-of-the-earth-withdrawal-from-representation/
긴 호흡의 탁월한 글을 함께 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 지구의 스팸: 재현에서 후퇴하기The Spam of the Earth: Withdrawal from Representation >를 약 두 달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읽었다.
저자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인의 모습을 저 우주를 떠도는 지구의 이미지 스팸, 디지털 파편 더미에서 찾지 않겠냐는 상상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필터로 걸러져 휴지통에 버려지지 않기 위해 이미지 파일로 생성된, 인간의 주의를 끌기 위해 지구 주변을 떠도는 이미지 스팸에서 말이다.
저자는 이미지 스팸이 설파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실제 인간과 관련이 없는 이미지라고 말한다. 이미지 스팸의 모델은 지나치게 개선되거나 디지털로 강화된 음화negative image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것. 주류 미디어나 기업 재현하는 사람의 경우, 분쟁, 재난, 거식증 등의 소실의 행위 중에 포착되어 수축하고 소멸의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 휴대폰 카메라, CCTV 등으로 인해 감시는 일상화되고 노출증적 관음증의 시대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찍힌 사람은 디지털 파편처럼 조각으로 재현되기에 이르렀다. 사람은 조각난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는 자기 안에 영원히 사람을 가둔다. 이미지 속에서 사람은 불멸자가 되어 저 깊은 우주를 여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시각적 재현이 과열되고 증속 구동되는 와중에도 위기를 맞은 정치적 재현으로 향한다. 지시대상 없이 부유하는 이미지가 증가하고, 권리를 박탈당한/보이지 않은/사라지거나 실종된 사람들 역시 점차 증가한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 그리고 재현할 수 없는 사람이 과잉인 시대에 우리는 어떤 재현, 무엇의 재현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미지 스팸 속 피조물은 대중의 재현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중은 어떤 경우에도 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문화·대중의 이미지는 이념적 이득을 위한 압축된 전형이다. 어떤 사람이든 음화된 형식으로만 시각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지점에서 이미지 스팸은 단순히 파편화된 디지털 조각이 아닌 대중의 진정한 아바타가 된다.
결코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줄 수 없는 음화된 이미지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점점 이미지 제작자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이미지의 대상이나 주체가 아니라, 공동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대중이 발생한다. 이렇게 이미지는 점차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e, 어떤 공적인 것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이미지 스팸의 역할을 쓰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요컨대, 이미지 스팸의 주체는 음화된 대리물로서 대중을 지지하고, 그들 편에 서서 각광받는 공격을 흡수한다. 한편으로, 그것들은 현재의 경제 패러다임의 모든 악덕과 미덕 (또는, 더 정확하게는 필요악)을 구현한다. 다른 한편으로 아무도 이미지 스팸을 주목하지 않는 동안, 사회적 계약에서 배제된 사람들 또는 아침 TV가 아닌 다른 형태 (예컨대 CCTV와 같은)의 출연자를 비춘다.
이미지 스팸 인간이 과잉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영역 모두에 거주하는 이중간첩이라는 마지막 단락을 읽으면서, 글의 제목이 가리키는 ‘지구’는 지구에 살고 있지만 사회 시스템에서는 배제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넘쳐나는 이미지로 재현 및 재구성된 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한데 뭉치면, 그 총합을 진짜 지구인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이미지 스팸 속 사람은 우리가 감시망에 벗어나 있는 동안 우리를 가장하고 나서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음화의 대리물’일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재현이 아닌고로 우리의 본 모습을 가린다. 이를 재현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히토 슈타이얼이 말하듯, 단 15초라도 비가시화되고 스크린에서 퇴장하길 바라는 현대인에게 이미지 스팸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보호막이 아닐까.